진료
조언이나 훈계처럼 들리는 상담이 힘들었어요
예민해서도 나약해서도 아닌 아주 자연스러운 반응이에요.
질문
예전에 상담에서 “그러면 안 된다”, “의지로 이겨내라”는 식의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때는 제가 도움을 받으러 간 건데 오히려 혼나는 느낌이 들어서, 그 뒤로 상담을 다시 시작하는게 조금 무서워졌습니다.
제가 듣고 싶었던 건 정답이나 훈계보다는, 왜 제가 그렇게 느꼈는지 같이 봐주는 말이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상담자가 늘 제 말에 맞장구만 쳐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래도 저에게 맞는 상담자를 찾으려면 어떤 점을 봐야할까요? 상담이 안 맞는다고 느낄 때 바꿔도 되는지도 궁금합니다.
답변
그런 말을 듣고 위축되셨다니, 마음이 쓰입니다. 하지만 "그러면 안 된다", "의지로 이겨내라"는 말에 오히려 더 힘들어지는 건, 예민해서도 나약해서도 아닌 아주 자연스러운 반응이에요.
도움을 구하러 간 자리에서 "네 의지가 부족하다"는 식의 말을 들으면, 안 그래도 지쳐 있는 사람은 "역시 내 문제구나" 하고 자신을 더 탓하게 됩니다. 그건 위로가 아니라 오히려 짐을 얹는 일이죠.
다만 한 가지는 짚어드리고 싶어요. 그 상담자가 나쁜 사람이라기보다, 그 순간 그 방식이 나에게 맞지 않았을 가능성이 큽니다. 상담에는 여러 접근과 스타일이 있고, 같은 상담자라도 어떤 사람에겐 맞고 어떤 사람에겐 안 맞아요. 그리고 내가 그걸 받아들일 상태가 아니었을 수도 있고요. 그러니 "상담은 원래 이런 거구나" 하고 실망해 포기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그럼 나에게 맞는 상담자는 어떻게 알아볼까요. 자격이나 경력 같은 조건도 참고하시되, 실제로 만나보면서 이런 것들을 느껴보시길 권합니다.
첫째, 내 이야기를 판단하지 않고 들어주는가. "그건 잘못됐다", "그러면 안 된다"보다, 왜 그렇게 느꼈는지를 먼저 이해하려 하는지요.
둘째, 그 앞에서 솔직해질 수 있는가. 몇 번 만나본 뒤, 이 사람 앞에서는 부끄러운 이야기도 꺼낼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드는지. 이건 생각보다 중요한 신호예요.
셋째, 내 방향을 존중하는가. 정답을 정해놓고 밀어붙이기보다,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함께 찾아가려 하는지요.
사실 이건 그냥 기분 문제가 아니라 근거가 있는 이야기입니다. 수십 년간 3만 명 넘는 사람을 분석한 연구들에서, 상담이 효과를 내는 데 가장 꾸준히 중요하게 나타난 요인 중 하나가 바로 이 "치료자와 나 사이의 협력적 관계"였어요. 어떤 기법을 쓰느냐보다, 치료자와 내가 신뢰하며 같은 방향을 보는지가 결과를 좌우한다는 겁니다. 그러니 "이 사람과 편하게 작업할 수 있는가"를 살피시는 건, 까다로운 게 아니라 아주 근거 있는 기준입니다.
그리고 혹시 몇 번 만나봤는데 잘 안 맞는다는 느낌이 들면, 상담자를 바꾸셔도 괜찮습니다. 그건 예의 없는 일도, 실패도 아니에요. 상담이라는 어려운 길 위에서 나에게 맞는 치료자를 찾아가는 당연한 과정입니다.
ℹ️ 이 답변은 일반적인 정보이며, 특정 개인에 대한 진단이 아닙니다.
🏥 마음이 지속적으로 힘드시다면, 상담자를 찾는 것과 별개로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상태를 확인해보시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김세웅 전문의 · 채움 정신건강의학과의원
본 답변은 참고용 일반 건강정보이며, 의학적 판단이나 진료행위로 해석될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