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관리
제 감정이 뭔지 잘모르겠어요
"답답하다", "몸이 긴장된다", "도망가고 싶다" — 이 표현들이야말로 상담에서 가장 좋은 출발점이에요.
질문
분명히 힘든데, 그게 슬픔인지 불안인지 화인지 잘모르겠습니다. 누가 “왜 힘들어?”라고 물어보면 대답이 잘 안 나옵니다. 그냥 가슴이 답답하고 몸에 힘이 들어가고, 아무것도 하기 싫다는 느낌만 있습니다. 어떤 날은 사람에게 짜증이 나는데 사실은 서운한 건지, 무서운 건지, 피곤한 건지도 구분이 잘 안 됩니다. 감정을 잘 모르니까 남에게 설명하기도 어렵습니다. 상담을 받아도 “요즘 어떠세요?”라는 질문에 뭐라고 말해야할지 막힙니다. 감정 이름을 정확히 알아야 상담이 가능한 건지, 아니면 “답답하다”, “몸이 긴장된다”, “도망가고 싶다” 같은 말부터 해도 되는지 궁금합니다. 이런 것 자체도 상담에서 다뤄볼 수 있을까요?
답변
먼저 가장 궁금해하시는 것부터 답을 드릴게요. 감정 이름을 정확히 알아야 상담이 되는 게 절대 아닙니다. 오히려 방금 쓰신 "답답하다", "몸이 긴장된다", "도망가고 싶다" 같은 표현들이야말로 상담에서 가장 좋은 출발점이에요. 그거면 충분해요.
왜냐하면, 감정은 원래 세 가지 통로로 드러나거든요. 마음의 느낌, 몸의 감각, 그리고 행동하고 싶은 충동이요. "슬프다"는 마음의 언어가 안 나와도, "가슴이 답답하다"(몸)와 "도망가고 싶다"(충동)는 이미 훌륭한 단서예요. 상담자는 그 몸의 감각과 충동에서부터 "아, 이건 어쩌면 서운함일 수도, 두려움일 수도 있겠다"를 함께 찾아갑니다. 이름을 붙여서 오시는 게 아니라, 이름을 함께 붙여가는 거예요.
그리고 분명히 힘든데 그게 슬픔인지 불안인지 화인지 모르겠고, 짜증인지 서운함인지 무서움인지 피곤함인지 구분이 안 된다는 것, 이건 아주 많은 분들이 겪는 일이에요. 감정을 느끼는 것과, 그 감정을 알아차리고 이름 붙이는 건 서로 다른 능력이거든요. 느끼는 건 되는데 이름 붙이는 게 어려운 상태는 심리학에 이름이 있을 만큼 연구도 많이 돼 있습니다.
특히 말씀 중에 눈에 띄는 게 있어요. 감정을 자꾸 몸의 감각(가슴이 답답하다, 몸에 힘이 들어간다)으로 느끼신다는 점이요. 이건 감정을 잘 못 느끼는 게 아니라, 감정이 몸으로 먼저 말을 걸고 있는 거예요. 그 몸의 신호를 읽는 법을 배우는 것 자체가 상담에서 하는 중요한 작업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 "감정을 잘 구분하지 못하는 것 자체도 상담에서 다뤄볼 수 있냐"고 질문하신 것에 대한 답은, 바로 그게 아주 좋은 상담 주제라는 거예요. 감정에 이름을 붙이고 구분하는 건 타고나는 게 아니라 연습으로 늘어나는 능력이고, 상담은 그걸 함께 연습하는 자리이기도 하거든요. 흥미롭게도, 막연한 감정에 이름을 붙이는 것만으로도 그 감정의 강도가 조금 가라앉는다는 연구들도 있어요. 그러니 이름을 찾아가는 과정은 그 자체로 마음을 돌보는 일이 됩니다.
그러니 다음에 "요즘 어떠세요?"라는 질문에 막히시면, 이렇게 말씀하셔도 됩니다. "감정이 뭔지는 잘 모르겠는데, 요즘 가슴이 답답하고 자꾸 도망가고 싶어요." 그거면 상담자가 거기서부터 시작할 수 있어요. 오히려 그 솔직한 막막함이, 잘 정리된 말보다 더 좋은 출발점입니다.
ℹ️ 이 답변은 일반적인 정보이며, 특정 개인에 대한 진단이 아닙니다.
🏥 이런 답답함이나 긴장이 오래 이어져 힘드시다면, 정신건강의학과나 상담기관에서 이야기 나눠보시길 권합니다.
💬 감정을 이름 붙이기 어려울 때, 룰랭에게 몸의 느낌이나 하고 싶은 행동("가슴이 답답하다", "그냥 눕고 싶다")부터 말해보셔도 좋아요. 거기서 감정의 실마리가 잡히기도 하거든요.
출처
보건복지부 국립정신건강센터, 「일상에서 정신건강을 지키는 지혜 ‘트라우마 극복’」
https://www.mentalhealth.go.kr/portal/bbs/bbsDetail.do?bbsId=BBSINIT_2&nttId=620
서울아산병원 스트레스심리상담센터, 「감정 다스리기」
https://www.amc.seoul.kr/asan/depts/D217/K/bbsDetail.do?contentId=254263&menuId=4548
김세웅 전문의 · 채움 정신건강의학과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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